2009-05-10 오후 1:41:17 Hit. 2942
네이버 '영화리뷰' 에 올린 글인데 다큐 내용이 정말 좋아 공감하고자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정말 우연히 KBS '명화극장'을 통해 평생 기억에 남을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들 ... 그중에서도 북한의 체제와 사상을 신봉하고, 김일성 / 김정일 부자를 위대한 영도자로 생각하며 일생을 이러한 신념을 전파하며 그 안에서 살아간 주인공 ...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그의 일생을 감독이자 딸인 양영희 씨는 카메라로 기록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이해하고 화해하며 사랑이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담아냈다.
그 속에는 가족과 사랑의 위대함도 있지만 북한 체제의 위선과 모순도 적나라하게 보여지는데 병상에서 투병중이신 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은 현재 북한이 직면한 위기의 상황을 상징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또한 북한의 실제모습이 카메라에 고즈너기 담겨있기도 하는데 '사람통행이 없어 을씨년 스럽기 까지한 평양시내, 고추를 햇볕에 말리며 우리내와 별반 다를게 없이 사는 평양주민들, 극도의 전력난으로 밤이되면 초와 랜턴으로 어둠을 밝혀야만 하는 평양의 모습' 등은 결코 흘려 보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주인공인 아버지는 북한체제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그당시 중학생이던 셋째를 포함하여 아들 세명을 모두 귀국(북한으로 보내는 것) 시킨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북으로 보낸 자식들은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등 성공한 듯 하지만 실상은 일본에 사는 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돈과 위문품으로 생활해야만 하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으로의 귀환은 철저히 금지되기에 부모님과 막내 딸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으며 지난 세월을 살아가야만 했다.
70을 훨씬 넘기시고 병마와 사투중에도 자신의 소신과 북한에 대한 충성을 굽히지 않으신 아버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막내딸의 심정이었다면 분명 부모님을 크게 원망했으리라 ...
하지만 양영희씨는 아버지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의 신념과 지난 세월을 담담히 이해하려 애쓴다. 그리고 희망을 보고자 노력한다.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며 꿈을 키워나가는 어린 조카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며, 나이들어 지치신 아버지가 진지하게 딸의 한국 국적 취득을 허락하는 인터뷰 장면은 북한체제도 변화할 수 있으리라는 한가닥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족마저 분단으로 몰아가는 북한의 정치체제와 사상, 제도를 비난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충성하고 신념으로 일평생을 살아간 개인의 일생마저 비판할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인공이 늙고 병들어가는 노환의 우리네 부모님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
곳곳에 묻어있는 정치적 색 때문에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주제를 아버지와 딸 그리고 가족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구성 , 그리고 마지막 병상장면에서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을 수 밖에 없는 공감가는 자식의 모습을 통해 한편의 아름답고 애절한 가족 이야기로 풀어간 감독의 역량과 노력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그 내면에 가리워진 북한의 위선과 모순을 캐치해 내는 것은 관객 몫이며, 본인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마지막 장면을 응시하며 펑펑 울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관객의 몫이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어버이날에 본 최고의 다큐멘터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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