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3 오전 3:11:40 Hit. 3312
바람의 크로노아 시리즈는 어쩌면 마리오나 소닉처럼 남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었던 작품이다. 통상적으로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은 게임들은 대부분 쉽고 간결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내세우는, 전연령 대상의 게임이 대부분인데 크로노아 역시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높은 게임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노아 시리즈가 마리오나 소닉 같은 캐릭터로 자리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높은 네임 벨류를 가지게 된 데는 우수한 퀄리티와 긴 역사도 한 몫을 했지만, 패미콤과 메가 드라이브로 대변되는 양대 기기가 닌텐도와 세가의 것이었다는 이유도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코 하면 떠오르는 ‘철권’의 이미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높은 인지도는 얻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한 게임이다. 다른 전연령층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인이 즐기기에는 조금 쉬운 느낌도 들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게임이 국내 게이머들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게임의 가장 마지막 작품이었던 2편이 2001년 PS2로 발매되고 끝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 경력이 10여 년 이상 되지 않는 경우 크로노아 자체를 잘 모를 수 밖에 없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Wii로 발매된 크로노아가 오리지널 후속작이 아닌 1997년 PS로 발매된 1편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것도 독특한 부분이다.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오랫만에 나왔음에도 후속작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명작을 다시 한번 즐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직 이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새로운 감각으로 고전을 플레이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듯싶다. 3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것은 물론, 한글화를 거쳐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때의 느낌에 향상된 퀄리티
12년 전에 발매된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원작의 퀄리티가 지금 보아도 그리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보니 이번 리메이크 작 역시 최근에 Wii로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나쁜 모습은 아니다. 특히 과거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향상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팬들에게 나름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향상된 비주얼이다. 원작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한 차원 높은 성능의 기기로 발매된 만큼 더욱 깔끔하고 멋진 3D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원작의 느낌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여기에 전에 없었던 음성을 넣음으로 해서 그 느낌이 더욱 사는 것도 반가운 부분이다. 영문 음성이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과거의 밋밋했던 모습에 비하면 한층 나아진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영문 음성 외에 판토마일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조작계가 PS 패드에서 리모컨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조작 자체가 기본적인 이동과 점프(2단 점프가 가능), 그리고 ‘바람의 구슬’을 발사하여 적을 부풀리거나 잡아서 던지는 등 워낙 간단하고 많은 버튼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보니 플레이에 큰 문제는 없다. 또 리모컨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법과 눈차크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 중 선호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조작에 있어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리모컨을 이용한 실제 액션이 없다는 것이다. 체감형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이라면 이러한 액션이 그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하지만, 액션이나 RPG의 경우에는 오히려 귀찮음만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이 게임은 정상적인(?) 조작만 사용해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단순하지만 재미있다
바람의 크로노아가 가진 즐거움 중의 하나는 개성 어린 캐릭터와 함께 이들이 엮어 내는 스토리 라인이다. 액션 게임의 경우 여타의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토리 라인이 빈약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바람의 크로노아는 마치 액션 어드벤처 게임처럼 간간히 등장하는 이벤트 영상과 그럴 듯한 스토리 라인이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꿈속의 일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결국에는 권선징악 형태로 흘러가는,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아기자기한 게임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 게임의 주인공 크로노아
전형적인 횡스크롤 방식의 액션 게임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일직선 라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닉 시리즈처럼 움직일 수 있는 라인 자체가 하나일 뿐 맵이 회전하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가 있어 입체감이 의외로 크다. 주변 배경 또한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물을 타고 내려가거나 하는 등의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횡스크롤 방식의 단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하지만 라인이 하나인 만큼 난이도 자체도 그리 높지 않다).
단순한 조작과 공격으로 플레이가 가능할 뿐 아니라 난이도도 낮다 보니 성인들에게는 조금 시시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적을 활용해 길을 만드는 식의 퍼즐 요소도 제법 숨어 있어 재미는 그리 나쁘지 않다. 후반부로 가면 조금 어려워지지만 패턴을 알면 무난하게 진행이 가능한 수준이며,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 손쉬운 난이도로 진행되다 보니 플레이가 상당히 쾌적한 편이다.
플레이 타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클리어 후에는 다양한 특전이 기다리고 있다. 코스츔 체인지나 기존 스테이지를 반대로 플레이 하는 리버스 모드, 보스 타임 어택 같은 추가적인 즐길 거리는 물론이고 원작의 숨겨진 요소들까지 건재한 만큼 필요한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으며 그만큼 만족감도 높다.
접근성과 즐거움 모두를 갖춘 게임
시리즈의 신작이 아니라는 점에 아쉬움도 있지만 과거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을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즐길 수 있어 나름의 만족감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비주얼도 한층 좋아졌고 음성 지원을 통해 감정 이입이 쉬워졌으며, 저렴한 가격에 한글화까지 이루어져 접근성 또한 상당한 느낌이다.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성인 유저에게 너무 쉽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만큼 저연령층에게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즐기기에, 손쉬운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게 모두 만족스러운 게임, 그것이 바로 ‘바람의 크로노아 판토마일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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