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지극히 개인/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리뷰니까요(?)
무협이 이렇게 아기자기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가르쳐준 작품, 우화등선입니다
제목인 우화등선은 번데기가 허물을 벗듯 등선(신선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한다-는 내용의 사자성어입니다
라고는 해도 주인공은 당초부터 신선(그것도 나이를 꽤나 드셨습니다 기억으로는 80이 넘었던 것 같은데...)입니다마는
보통 무협이라고 하면, 사실 대부분의 판타지/무협 소설이 다 그렇습니다마는,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예외라고 해 봐야 드래곤 라자나 룬의 아이들 정도겠죠, 아마
적어도 제가 여태까지 봐 온 소설은 전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화등선은 과감하게 싸움을 포기한 무협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무협지가 싸움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죠
명작으로 꼽히는 사조영웅전이나 뭐 그런 비슷한 작품만 보더라도 초식 이름이 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도 있고,
싸움이 등장하지 않으면 내용이 지루해지기 십상이니까요
그런데 우화등선은 달랐습니다
물론 아예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은 최대한 싸우지 않고 모두가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그런 주인공이다 보니 내용이 상당히 잔잔합니다
싸움보다는 싸움이 만들어 낸 희생자와 시대의 약자들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고,
주인공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 인간만큼 추악한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여행을 계속하면서 보니, 인간이 추악한 것은 분명한데, 추악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인간 뿐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그런 주인공의 생각을 뒷받침하듯 정말 짠해지는 이야기 몇 토막토막이 이 책 속에 숨어있습니다
한줄로 말하자면,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룬 무협지라고 생각합니다
무협지의 형식을 취한 것 까지도 왠지 모르게 그래야만 가장 주제를 잘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협지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뤘기 때문에 무협지여야 했다-는 느낌일까요?
...죄송합니다, 글솜씨가 부족해서 표현이 매끄럽지 않군요(먼산)
어쨌던, 결론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물론 잔잔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렇게 저처럼 좋아하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마는
그러나 그런 분들에게도 꼭 한 번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