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간신문을 뒤적이고 있자니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났다. 아침 식탁 위의 미역무침과
시금치무침이 먹음직스러웠다. 아내는 미역국을 한 사발 가득 떠주고 흰 쌀밥 두 그릇을
담아낸다. 매일 검은 콩에 찹쌀 현미밥을 먹다가 멥쌀밥을 먹으니 몇 번 씹지 않아도 잘도
넘어간다.
“오늘 반찬이 많소.”
“시장에 갔더니 싱싱한 게 있어서 몇 가지 더 했어요.”
“오늘 무슨 계획이 있소?”
“오늘은 약속이 있어요. 저녁 때 늦게 들어올 테니 혼자 식사하세요.”
회사로 출근해 일을 하는데 군대에 있는 맏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오늘 미역국 많이 잡수셨어요?”
“아니, 네가 미역국 먹은 것을 어떻게 아냐?”
“오늘 어머님 생신이잖아요.”
맞다. 아내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깜박 잊은 것이다.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두 번 세 번
하고 전화를 끊었다.
퇴근하는 길에 케이크를 사고 중국요릿집에 음식도 시켰다. 집에 들어가니 약속이 있다던 아내가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케이크를 내놓으니 아내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
사촌들, 하다못해 조카사위들 생일까지 챙기는 내가 아내의 생일을 챙겨준 것은 결혼한 지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아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 동안 왜 못 챙겨줬는지 너무 미안했다. 내년엔 정말 근사하게
아내의 생일을 챙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