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냥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싫었다. 일단, 방랑벽이 도질 때마다 충동적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어디론가 향하는 가운데 붕 떠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좋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공부할 때는 책 읽는, 글 쓰는 속도가 달라졌다. 수북하게 쌓인 책 더미 속에서 혼자 있는 독신의 행복과 기쁨이 컸다.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게 좋았다. 욕심이나 사심 없이 세상을,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독신이란 기회를 오래오래 누리고 싶었다.
- 강신주 <세계를 놀이터 삼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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