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리나르는 예쁘고 착한 루시아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고접 세고 부지런한 그녀의 아버지, 환아저씨의 승낙을 받아야만 했다. 이상하게도 환아저씨 앞에만 가면 당황해서 할말을 제대로 못하던 그는 어느 날 마음을 굳게 먹고 환아저씨를 찾아가 다짜고짜로 루시아를 사랑하고 있으니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그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내 딸과 결혼하려면, 우선 매일 동틀 때 제일 먼저 정원으로 나오는 암탉의 깃털을 내게 가져오게. 그것이 요통에 좋다는군. 그리고 다리를 움직이지 말고 선 채로 몸을 구부려 지푸라기를 물어야 하며, 돌아오는 내 생일날엔 손바닥 위에 불을 올려 뛰지 말고 침착하게 내게 가져오도록 하게. "
다음날 그는 아저씨의 첫때 조건을 지켰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둘째 조건을 지키기 어려워 농장의 일꾼들에게 방법을 물었더니, 일꾼들이 매일 포도 밭을 일구면서 부지런히 일해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 뒤 아폴리나르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몇 달이 지나 그가 가꾼 포도밭에 탐스런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리자, 그는 차차 땅에 대한 사랑과 결실의 기쁨을 맛보았고 카드놀이나 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지난 삶을 반성했다.
드디어 환 아저씨와 약속한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생신을 축하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아무 어려움 없이 몸을 구부려 이빨로 지푸라기를 물어 환 아저씨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일하느라 단단하게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 위에 불을 올려 아저씨가 요구한 세 조건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제서야 환 아저씨는 결혼을 승낙했다. 그때 루시아가 살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당신에게 부지런함과 남자처럼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