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6 오후 1:51:36 Hit. 1626
" 오빠,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 이번 주말에는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 그럼 다음주에는요? "" 다음 주에는 시험이 2개 있어서 좀 힘들 것 같다. "" 그래요.. 알았어요. "" 미안하다. 나 이제 졸리거든? 끊을께. "" 네, 오빠. 안녕히 주무세요. "뚝...그는 잘 자라는 조그마한 말도 남기기 아까운 듯 바로 전화기를 끊었다. 그녀는 잠시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책상위에 놓여진 색종이 더미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반을 접고, 모서리를 접고, 다시 반을 접고 편 다음 보이는 선을 따라 다시접고....그녀의 손놀림에 따라 네모난 색종이는 점차 학의 모양이 되어갔다. 그리고 빨간색 학이 완성되자, 그녀는 책상에 놓여진 유리상자에 학을 넣었다. 꽤 커보이는 유리상자는 벌써 2/3정도 종이학으로 차 있었다.한참을 그 상자만 바라보다가,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급히 서랍을 열고 뒤적뒤적 거려 서랍 깊숙한 곳에 있던 테잎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카세트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요새 한참 인기가 있는Morton Harket의 Can`t Take My Eye Off You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이 노래가 들어있는 테잎을 그에게 받은 건 1년도 훨씬 전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그에게도 노래를 들려 주고 싶은 생각에 수화기를 들고 그의 삐삐 번호를 눌렀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하시고, 끝나면 별표를 누르세요. 삐~ "찰칵. 그녀는 급히 카세트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제 때 별표를 누르지 못해서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테잎을 뒤로 돌리고, 다시 녹음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녹음은 제대로 되었지만 녹음된 부분이 좋아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다시 테잎을 돌리고, I need you baby가 녹음된 부분부터 새로 녹음을 했다. 하지만 가사가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같아 다시 녹음을 했고, 혹시라도 자기가 아닌 남이 녹음한 걸로 착각할까봐 앞에 조금이나마 멘트를 넣기로 했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공부열심히 하라는 멘트를 넣지 않은것이 생각나 새로 녹음을 했다.그렇게 30여분 동안을 테잎이 닳도록 돌려가며 녹음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저 그가 이 노래를 듣고 자신의 20살 생일에 선물한 노래라는 걸 알아주는 것이었다.그리고 녹음이 끝나자마자 반갑게도 삐삐가 울렸다. 혹시라도 그의 삐삐가 아니면 실망할까봐 그녀는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어 사서함을 확인했다.음성이 하나 와 있었다. 그녀는 긴장이 되는 듯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1번을 눌렀다." 첫 번째 메세지입니다. 삐~ "" 여보세요? 나 오빤데, "삐삐에 대고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오자 그녀는 실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결코 다정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야. 지금 삐삐 들어보니까 무슨 노래 녹음하다 계속 실패하는 것 같은데,너 녹음하다 그냥 끊어도 삐삐 오는 거 모르니? 지금 삐삐가 몇 번째 왔는 줄 알아? 노래 녹음해 주는 건 고마운데, 좀 그만해. 혹시라도 계속 녹음할까봐 삐삐치는 거니까. 그렇게 알구, 그럼 끊는다. "아직도 노래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카세트를 끄고, 수화기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색종이 한장을 꺼냈다. 색종이 위로 눈물이 떨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조금전과 같은 동작으로 학을 접어서 유리상자에 넣었다.이 유리상자가 가득 차는 날그녀는 그와 헤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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