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반 혼수 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셨다.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내가 곁에 가서 “어머니” 하고 부르면 눈을 뜨고 내 쪽을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무언가 해 드리면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한동안 “어머니” 하고 부르면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다른 분이 병문안 와서도, 그 분이 부르면 눈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지거나 희미한 미소를 띠는 것이 인사인 것 같았다.
그 상태가 지나고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눈을 감은 채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 어머니!” 나와 여동생이 이웃 병실 환자들에게 폐가 될 정도로 계속 불러도 소용없었다.
슬픔과 허무함과 후회로 가슴이 막히는 듯했다.
간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여동생이 간호사에게 말했다.
“이젠 아무리 불러도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랬더니 간호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주사를 놓거나 해서 아프게만 하기 때문에 안 되지만, 가족이 부르면 입가가 확 달라져요. 맘속으론 기뻐하는 거지요.”
간호사는 오른손을 펼치더니 자신의 코에서 입, 턱을 쓰다듬듯이 하며 명랑하게 그런 말을 해 주었다.
어머니 입 주변이 조금 웃는다.
그런 느낌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잠든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 어머니” 하고 계속 부르는 것이 무척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가족이 부르면 입가가 달라진다...’, 그때 우리에게 있어서 그만큼 마음 씨 주는 따뜻한 말은 더 이상 없었다.
정말로 마음이 상냥한 간호사였다.
5월 어느 해질녘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