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9 오후 4:33:03 Hit. 1173
‘아빠 앗고리 조우사요. 아빠도 사알 가새, 앗고리 내 아빠에 아발 김 한 빛’ 지난 해 어버이날 3학년이었던 아들 한빛이가 제게 준 옷걸이 선물에 넣어둔 편지 내용입니다. 해석하면 “아빠 옷걸이 좋으세요. 아빠 서울 가서 쓰시라고 옷걸이 4개를 아빠에게 드립니다. 아빠 아들 한빛” 이란 내용인데 둘 만의 암호가 아니라 당시만 해도 한글을 깨우치지 않았던 아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한글을 최대한 동원해서 쓴 글입니다. 2학년 때는 방학이 끝나고 돌아가던 날, 전 강연을 떠나서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텅 빈집에 돌아오니 신발을 벗고 막 올라서는 곳에 ‘아빠 냉장고’ 라고 크게 쓴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코카콜라 캔을 빙 둘러서 자신의 사진을 테이프로 붙이고 ‘아빠 사랑해. 한빛’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제가 콜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떠나기 전에 자기의 용돈을 털어서 콜라 캔 하나를 사서 넣어두고 간 것입니다. 지금도 그 빈 콜라 깡통은 제 책꽂이에 있습니다. 고려청자인들 제게 그것을 바라보는 흐뭇한 마음을 주겠습니까? 오십 가까이 되신 이발사 아저씨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방 대학을 다니는 딸이 전화를 했는데 아빠가 과로로 눈이 충혈 되어서 출근을 못했다고 하자 딸이 ‘아빠 얼마나 힘드세요.’ 하면서 전화에서 엉엉 울더랍니다. 자신도 딸의 전화를 끊고 나서 눈물을 흘렸다며 “여태껏 자식을 키우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자식의 말 한 마디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습니까?”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무뚝뚝하고 세상 일에 지쳐 계신 아빠를 무너뜨린 감동을 준 것은 무엇입니까? 아빠의 수고로움을 알고 감사하는 딸의 한 마디 말이었습니다. 아들이 사 놓은 콜라 캔 하나, 옷걸이 4개, 그 물건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감동을 줍니다. 사람은 누구나 작은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습니다. 큰 물건으로 감동을 줄 때보다는 자신이 힘들어 할 때 그 마음을 알아주는 말 한 마디에 평생 기억되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평생 가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떨어져 있는 아내에게 매일 시를 써서 이메일로 보냅니다. 항상 편지를 써서 팩스로 보냈는데 시를 써서 보내 지쳐있는 아내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아내는 제가 보낸 편지를 복사해서 부엌에도 붙여놓고 노트에도 넣어 가지고 다니며 읽는다고 합니다. 지쳐있는 아내를 눈물이 나도록 위로해 주는 것은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말입니다. 쪽지에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감사하라’는 글을 읽고 공중전화로 달려가서 “아빠 사랑해요”라고 외쳤더니 그 아버지께서 “그 녀석” 하시더랍니다. ‘그 녀석’이라는 그 짧은 말 한마디에 군인이 되어 부모를 떠나 있는 아들이 보내오는 사랑의 고백에 감사하는 부모의 마음이 다 담겨있습니다. 아마 이 부모님은 그 아들의 전화를 돌아가실 때까지 감동에 젖어서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난 여름 호주 언어연수를 다녀온 학생 중에 이번 겨울에 다시 가는 학생들이 있는데 다시 연수를 보내시는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렇습니다. 평소에는 부모에게 도무지 관심도 없던 아이가 연수를 다녀온 후로는 아빠가 늦으시면 “아빠 무슨 일이 있으세요. 늦으셔서 걱정이 되어 전화 드렸어요.” 라고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아빠가 그 아들의 걱정하는 마음에 감동을 받으신 것입니다. 이 작은 일들을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특히 내가 흠뻑 빠져있는 이성친구가 아닌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우리들에게는 참 쉽지가 않습니다. 부모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위해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그 사랑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너무 비싸고 큰 것을 준비해서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언젠가는 멋지게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오늘은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나면 아마 여러분은 부모님의 무덤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 지도 모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사랑의 말도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어도 노력하고 훈련하면 익숙해집니다. 사랑의 말보다 값진 선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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