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9 오후 4:30:54 Hit. 1746
쑥쑥 커가는 딸아이 발에 맞는 신발 한 켤레를 제때에 사주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비로소 신발가게에 들렀다. 빨간 리본이 달린 구두를 쥐고 가을 햇살보다 더 환하게 웃는 딸애를 보면서 내 어릴 적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초등 학교에 입학했을 때 새 신발이 신고 싶어 봄부터 어머니를 졸랐다. “가을에 배추 농사 잘 되면 그 때 사주마.”어머니의 대답에 가을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가을이 다 되었어도 신발이 너무 말짱해서 어머니가 사주실 것 같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신발을 칼로 찢어서 어머님 앞에 내놓았다. 하지만 그 해에는 배춧값이 너무 떨어져서 어머님은 인건비도 못 건지고 배추밭을 갈아 엎으셨다. 그 날 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님은 말없이 찢어진 내 신발을 꿰매주셨다. 그 때 어머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딸아이를 키우면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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