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8 오전 9:56:06 Hit. 1351
쑥을 듬뿍 집어넣고 황금빛 된장을 보글보글 끓이니 봄냄새가 저녁 식탁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 식탁을 보고 있자니 시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어머님은 그저 잘 먹고 건강한 것이 가장 큰 효도라며 당신의 수고스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치, 된장을 담가서 자식들에게 갖다 주신다. 그것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맛이 사라진다며 장독에 담아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오셨다가 집을 못 비운다는 핑계를 대고 그냥 가신다. 올해 들어 유난히 많이 굽은 시어머니의 등을 보며 이제는 장 담그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말씀드리니 무척 대견해하신다. 시어머님의 장 담그는 것은 마치 종교 의식을 연상케 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정한수 떠놓고 기도를 드리신다. 그리고 짚에 불을 붙여 큰 장독을 소독하고 참기름 한 숟가락 두르고 마른 명태 한 마리를 중심으로 잘 씻어놓은 배추를 탑 쌓듯이 차곡차곡 쌓는다. 체에 받쳐 녹인 소금물의 농도를 계란으로 잘 맞춘 뒤 장독에 붓고, 마지막으로 숯, 고추, 대추를 넣고 망사를 덮어씌운다. 그러고 나서 시어머님은 세월을 익혀야 제대로 된 간장, 된장이 태어난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만들어진 된장을 먹는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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