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2 오후 9:17:46 Hit. 1955
아르바이트를 해서 첫월급을 받으면 우선 학원비를 내고 그 나머지 돈의 반은 어머니께 드리고, 남은 반으로 형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월급을 받고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겼다.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상 서랍 속에 월급봉투를 넣어두고 어머니에겐 월급 탔다는 말은 벙긋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인근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씩 일을 하셨다.그날도 어머니는 공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쌀을 씻어 안치고 또 바로 공장에서 가져온 부품을 손질하셨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심통이 나 툭 쏘아붙였다."그거 해서 얼마나 벌겠다고 그러세요. 그만 하시고 좀 쉬세요."그러자 어머니는 나를 홀겨보시며 꾸중하듯 말씀하셨다."이게 한 달이면 그래도 육칠만 원은 벌어야. 이래봬도 이것 갖고 니 학교 보낼 적금도 들고 있는디."그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러웠다. 어머니는 힘겹게 한푼 두푼 번 돈을 모두 나를 위해 쓰시는데 나는 내 욕심만 채우려 했던 것이다. 나는 슬그머니 월급봉투를 꺼내 어머니께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봉투를 두어 번 만져 보시다가 이내,"너 필요한 데 쓰라."며 고스란히 돌려주셨다. 주말에 집에 들른 형에게 시계를 사주겠다고 하니 형은 낡은 손목시계를 들어보이곤 멀쩡하게 잘가고 있다며, 그돈 잘 모았다가 학교 다닐 때 쓰라고 했다. 그리고 도리어 용돈하라며 치례 몇 장을 쥐어 주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형은 대학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부분의 돈을 누아와 나를 위해 썼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내가 그 처지가 되고 보니 가족을 위해 내것을 내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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