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2학년때, 가슴이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은 뒤로 내 왼쪽 가슴은 남자처럼 납작해졌다.
그시절 난 남자를 만날 자신도 없고 말수도 많이 주는 등, 늘 우울하게 지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대학동기를 만났다.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고모댁에 놀러왔다는 그와 나는 친구와 애인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어느덧 연인 사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결혼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납작한 왼쪽 가슴때문에 결혼이 두려웠던 나는 습관적으로 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어느날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그에게 그만 만나자고 했다.
그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내가 장남인데다 우리집이 부자가 아니라서 그런거야?"하고 말하는데 정말 답답했다.
나는 너무 속상한 나머지 엉엉 울면서 내 가슴에 대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내말을 다 듣고 난 그는 벌개진 눈으로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가슴이 짝짝이라고 나랑 헤어지겠다는 거냐? 기가 막혀서 원. 내가 너 가슴보고 좋아한 줄 아니? 네가 배우냐? 그래 좋다. 네 얼굴은 짝이 다 맞는 줄 아니? 알고 보면 너 눈도 짝짝이고 엉덩이도 짝짝이야, 너 왜 그리 못났냐?"
그날 나는 그의 넓은 품에 안겨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일이 있고 석달뒤 우리는 결혼했고 장군같은 아들도 낳았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느라 시댁식구들도 내 왼쪽가슴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혹 내가 상처받을가봐 애써 모른척 해주시는 눈치였다.
최근에 나는 가슴 복원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받은 날, 출장중이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 축하해, 근데 나, 당신 그 납작한 왼쪽 가슴이 다시 그리워지면 어떡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