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5 오후 11:19:49 Hit. 2231
지난 겨울 나는 그 사람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나자는 그의 전화도 매정하게 끊어 버렸고 약속 장소에도 나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까지 뚝 떨어져 몹시 추웠다. 나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더 추워진 날씨에 옷을 잔뜩 껴 입고 목도리까지 두르고 집을 나서다가, 대문 앞 편지함에 하얀색 봉투의 편지 한 통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 우편물이 도착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연말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편지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우표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받는 사람란에 내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편지 봉투 뒷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에게 누구보다 빨리 이 편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표를 붙일 시간이 아까워서 모두가 잠든 새벽길에 달려왔지요. 아침에 깨어나 제일 먼저 이 편지를 받아 볼 당신을 생각하며 우편함에 편지를 꽂아 놓고 가는 지금,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라도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편지 봉투 겉면에 급히 쓴 이 몇 줄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그 편지를 차마 뜯어 보지 못했다. 다만 그의 사랑과 그를 향한 내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가슴 아픈 눈물만 흘렸다.그 뒤 우리는 가늘게 이어가던 인연의 끈을 튼실하게 엮지 못한 채 결국 서로에게서 멀어져야 했지만 그가 보여 준 사랑에 나는 늘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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