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3 오후 3:46:26 Hit. 3391
화이트데이! 매년 돌아오는 이날, 나는 예쁘게 포장된 사탕 바구니를 들고 빙글거리며 교실에들어서는 친구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면서 처량하게 함숨만 내쉬었다. 지난 화이트데이 때도마찬가지였다. 남들은 기쁜 날이라고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있는데, 나는 몹시 우울한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가정 시간 도중 누군가 교실문을 '똑똑' 두드렸다. 순식간에 교실 안이조용해지면서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모자를 푹 눌러 쓴 웬 청년이고개를 내밀었다. "꽃 배달 왔는데요." 동시에 무슨 꽃 배달이냐며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시작했다. 선생님도 황당한 표정으로 청년에게 꽃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교탁 앞으로오셔서는 "최정원!남자 친구가 보낸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우리는 '와~'환호성을질렀다. 장미꽃 여러 송이와 안개꽃이 예쁘게 어우러진 멋진 꽃바구니였다. 우리는 얼굴을붉히며 꽃바구니를 받아든 정원이를 부러워하며 그녀의 남자 친구를 용감한 로매티스트라고극구 칭찬했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런 멋진 추억을 얻은 정원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씁씁해진 마음에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둘도 없는 단짝 친구 현주가 예쁘게 포장된초콜렛을 내게 내밀었다. "My best friend! 기운 내라. 네개 남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 내가많이많이 사랑해 줄께." 현주의 익살스런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나는화이트데이가 하나도 두렵지 않다. 내겐 남자 친구보다 더 근사한 친구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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