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떨어져서 나누는 세월 사이엔
언제나 귀가 아린 바람 소리가 인다
너무 오래되어 마른 꺼풀이 일어나면
잊은 듯 하던 비도 내렸다.
함께 보는 연극의 한 장면처럼
계절은 서서히 변해간다
바쁘지 않아도 남들처럼 밀려가고
차선 벗어난 풍경에는 오래 머물지 못하지만
해마다 황색 가을은
내 가슴에 브레이크를 건다
푸릇푸릇하게 대기에 스며들어
하늘마저 채우려던 잎사귀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떨구던
그 순간 모든 건 피어나는가
교차로...
마음 닿는 곳이 땅인지
시선 닿는 곳이 하늘인지
같은 자리에서도 늘 길을 묻는다
겨우 세 빛깔의 약속 지키지 못해
삶이 순간으로 어긋나기도 하는데
우리는 얼만큼의 약속을
지키며 어기며 변해온 것일까
세월에 물든 은행잎
나즈막한 바람에도 울리는 건반처럼
또 하루치의 피곤을 털며 저리도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