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농민들을 많이 울리고 있다. 오늘 내내 비오는데도 사과나무 과수원을 둘러다 보았다. 다른 지역보다 낙과가 덜해 다행이구나. 빨갛게 익은 사과, 토실토실한 사과를 보면서 내가 좋 아하는 시인의 시가 떠 올랐다. 적어 본다.
시끄럽고 뜨거운 한 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리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는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내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음식이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 많은 내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 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 나기를 - 마종기 : 과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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