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진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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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진지한 이야기

뒷다리살

2015-09-08 오후 7:08:43 Hit. 3455

<div>내 친구들은 낙천적이다. </div><div><br></div><div>보통사람들이라면 심각해지거나 얼굴을 붉힐 정도로 안좋은 일이 일어나도 웬만하면 웃으며 넘어가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div><div>캠핑을 가서 폭우에 텐트가 휩쓸려 갈 뻔한 위기가 와도 하하 우리 정말 죽을뻔했어? 그지? 라며 웃어넘긴다거나 </div><div>진흙탕에 타이어가 빠져 산 중턱에서 꼼짝못하는 일이 생겨도 이러다 정말 우리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겠는데? 하하하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는 한다. </div><div><br></div><div>이런 내 친구들도 가끔은 진지해지거나 심각해 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라는게 참으로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div><div>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늦게 친구들이 모여있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평소와는 달리 친구들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div><div>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나는 물었다. </div><div><br></div><div>"야? 뭔 일 있냐?"</div><div><br></div><div>친구 두 명이 서로를 죽일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div><div><br></div><div>"내가 먼저 찍었다고.."</div><div><br></div><div>"웃기지마. 너랑은 안어울려. 그러니까 포기하지?"</div><div><br></div><div>"너랑은 어울린다고 생각하냐?"</div><div><br></div><div>무슨일인가 싶어 나는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다.  </div><div><br></div><div>"야 쟤들 왜 저래?"</div><div><br></div><div>"어 저 옆테이블 때문에."</div><div><br></div><div>옆테이블을 보니 모르는 여자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div><div><br></div><div>"왜? 아는사람들이야?"</div><div><br></div><div>"아니. 저 끝에 앉은여자가 서로 마음에 든대."</div><div><br></div><div>그 친구들은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할 것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div><div><br></div><div>"... 저 분 의사는 물어본거야?"</div><div><br></div><div>"설마. 아직 말도 못붙혔지."</div><div><br></div><div>... 이런 김치국물을 링겔로 쳐맞고 있는 새끼들.. 결국 그 둘은 한참동안 말싸움을 벌였지만 막상 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div><div>둘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div><div><br></div><div>그리고 또 우리가 진지해 질 때가 있었는데 그건 밥을 먹을 때였다. </div><div>일찌감치 모여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어느 날. 우리는 근처의 순대국밥 집으로 향했다. </div><div>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하려는데 갑자기 한 친구의 표정이 굳어졌다. </div><div><br></div><div>"...근데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div><div><br></div><div>"뭐? 뭐가?"</div><div><br></div><div>"순대국밥 말이야."</div><div><br></div><div>"순대국밥이 뭐?"</div><div><br></div><div>"그냥 내가 오늘 순대국밥이 먹기 싫은 날이면 어쩌지?"</div><div><br></div><div>"아 또 뭔 개소리야. 니가 오자며?"</div><div><br></div><div>"아니야... 뭔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내가 콩나물 국밥이 먹고싶은거면? 만약 분식이 먹고싶은거라면?"</div><div><br></div><div>그렇게 친구는 한참동안 자아성찰을 하며 고뇌하기 시작했다. </div><div>가볍게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문제는 우리 모두 쉽게 그런 분위기에 <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전염된다는 점이었다. </span></div><div><br></div><div>"그러니까.. 어쩌지? 따로국밥을 먹어야 되나? 아님 밥이 말아져나오는 걸로?"</div><div><br></div><div>"그럼 너무 뜨겁지 않을까? 입천장을 다 데이고 말거야. 그럼 저녁은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하잖아."</div><div><br></div><div>"후후 불어먹으면 되지 않을까?"</div><div><br></div><div>"아냐. 저번에도 후후 불어먹다 낭패를 봤어."</div><div><br></div><div>갑자기 우리 테이블은 급작스럽게 진지해진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div><div><br></div><div>"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일어날까?"</div><div><br></div><div>"아니야.. 일어나기엔 너무 오래 지체했어. 분명 사장님이 상처받을거야."</div><div><br></div><div>"그럼 나는? 내가 상처받는건 신경도 안써? 이 이기적인 새끼들."</div><div><br></div><div>이렇게 쓸데없는 개소리로 열띤 토론을 벌이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버린 뒤였다. </div><div><br></div><div>그리고 그 쓸데없는 진지함이 극에 달할 때가 바로 게임을 할 때였다. </div><div><br></div><div>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잠깐사이에 단톡방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div><div>쌓여있는 메시지를 보고 나는 친구들이 나 빼고 사업을 시작했나 싶었다. </div><div>친구들의 대화는 사뭇 진지했다. 얼핏 얼핏 보이는 메시지들을 보니 </div><div><br></div><div>이번엔 꼭 심사숙고 해서 결정해야해. </div><div><br></div><div>이건 시간을 들여서 결정하자. </div><div><br></div><div>잘못되면 어쩌지. 그럼 큰일인데?</div><div><br></div><div>내가 좀 더 정보를 찾아볼게. </div><div><br></div><div>등등 온갖 심각한 메시지가 단톡방을 뒤덮고 있었다. 난 혹시 무슨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메시지를 다시 위에서부터 찬찬히 훑어내려봤다. </div><div><br></div><div><br></div><div><div style="text-align: left;"><img class="tcx_image" style="border: currentColor; width: 320px; height: 1001px;" alt="IMG_0694.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9/14416383915cdaY1Zs.jpg" onclick=image_window2(this) name=target_resize_image[] style='cursor:pointer'></div><br></div><div>..친구들은 새로나온 온라인 게임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div><div>저런 얘기를 대기업 중역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엄숙하게 하고 있었다. </div><div><br></div><div>가장 심각한 건 저게 내 친구들이란 사실이었다. </div><div><br></div><div>출처:오늘의 유머</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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