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열흘 앞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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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열흘 앞둔 이야기

뒷다리살

2015-09-16 오후 3:36:07 Hit. 3077

<div>해마다 추석이 오기 10일 전 이면 부모님은 우리 형제에게 전화하신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형제가 풀어야할 퀘스트를 던져주시고 </div><div>(주로 고추밭 관련하여 명절이라고 놀지 말고 일해라! 소 같은 놈들아!)</div><div>어머니께서는 시골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물건을 하나씩 '부담 갖 지말고 들고 오렴.' 하시며 부담을 주신다. 그리고 그 진귀한 물건은 </div><div>주로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우리 아들들이 명절이라고 서울에서 이런 걸 다 들고 왔네. 호호홋" 하시며 자랑하시는 데 사용한다. </div><div><br></div><div>몇 년 전 인가 작은형이 서울에서 생활할 때 추석 선물로 부모님 전원생활의 새로운 활력소를 드리기 위해 야심 차게 플레이스테이션 3을 </div><div>선물로 들고 내려온 적이 있다.</div><div><br></div><div>"어머니 이게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서울, 특히 강남 아주머니들한테 요즘 가장 인기 많은 거에요."</div><div><br></div><div>"그려? 이게 근데 뭐하는 데 쓰는 거야?"</div><div><br></div><div>"게임도 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두 분이 적적하실 때 오붓하게 즐기시라고 사 왔어요."</div><div><br></div><div>자신 있게 어머니께 플레이스테이션을 TV에 설치하며 기능에 관해 설명하는 작은 형을 보며 과연 어머니께서 작은 형에게 언제 시원한 </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마사지를 해주실까 지켜봤다. 물론 그 마사지는 몽둥이 마사지이다.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TV에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나오고 작은형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꺼낸 게임은 바로 진삼국무쌍...</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작은 형이 두 분 앞에서 시범을 보일 때 아버지 입에서 아주 작게.. "이런 쌍...." 이란 말이, 그리고 어머니는 진삼국무쌍의 여포로 빙의해</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형에게 방천화극 아니 효자손을 휘두르셨다. 말 안 듣는 불효자에게는 효자손이 약이라는 명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span></div><div>그해 추석, 작은 형은 불효를 만회하기 위해 주경야경 낮에도 밭을 갈고 밤에도 밭을 갈았다. 그래도 어머니의 분노는 풀리지 않으셨다.</div><div><br></div><div>올해 추석을 열흘 정도 남긴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다. 해마다 "언제 내려올래?"와 필요하신 것을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div><div>올해는 다른 질문을 하셨다.</div><div><br></div><div>"뭐 잘 먹니?"</div><div><br></div><div>"저야 뭐 고기죠. 엄마."</div><div><br></div><div>"아니 너 말고 삼삼이. 애기 뭐 잘 먹는지 알려주면 엄마가 미리 준비해 놓을게."</div><div><br></div><div>"고기 잘 먹어요. 한우 소고기 등심, 안심 가리지 않고 고기는 다 잘 먹어요." </div><div><br></div><div>삼삼이가 고기를 잘 먹긴, 녀석은 두부를 제일 잘 먹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행복해야 아들도 행복한 법! 나는 어머니께 고기라고 말씀하셨다.</div><div>그리고 나를 믿지 못하셨는지 며느리와 통화를 마치신 어머니는 잠시 후 분노하신 목소리로 내게 전화하셨다. </div><div><br></div><div>"삼삼이 두부 잘 먹는다면서!!"</div><div><br></div><div>"두부도 잘 먹지만 고기도..."</div><div><br></div><div>"애 아버지가 돼서 아직도 너 먹을 것만 생각하니! 언제 철 들래?"</div><div><br></div><div>항상 엄마 곁에서 해맑고 귀여운 미소를 가진 눈빛이 초롱초롱한 3남의 영원한 막내로 남으라고 하셨으면서 손자가 생기니 말을 바꾸시는 </div><div>어머니가 <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야속했다. 결국, 어머니는 두부를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직접 두부를 만드시기로 했다. 나는 고기가 좋은데....</span></div><div><br></div><div>와이프는 해마다 고향의 읍내에서 열리는 마을잔치의 주부 대상 이벤트인 아줌마 팔씨름대회 준비 중이다. 작년에는 집에 쌀이 필요해 고의로 </div><div>2등을 했는데, 올해는 <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삼삼이 앞에서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뭐 당연히 그리고 무난히 1위 하겠지만...)</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삼삼이를 아령 삼아 한 손으로 들고 손목 스냅의 힘을 </span><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키우고 있는 와이프를 </span><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보니 듬직했다. 심지어 요즘 비타민으로 도핑까지 하고 있다.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올 추석 추풍낙엽처럼 그녀 앞에서 쓰러질 시골의 </span><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아주머니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pan></div><div><br></div><div>"부인.. 올해도 팔씨름 대회 나갈 거지?"</div><div><br></div><div>"그럼! 올해는 1등 해야지. 삼삼이가 얼마나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겠어. 호호홍."</div><div><br></div><div>"이왕 하는 거 추석 당일에 남자들 씨름대회 하는데 거기도 참가해보면 어때? 우승까지는 아니지만, 너라면 충분히 4강은 갈 거 같은데,</div><div>4강만 가도 상품 줄걸. "</div><div><br></div><div>나는 중학교 때 WWF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다. 가끔 1대2 핸디캡 매치 경기를 보며 '이런 불공정한 경기가 어딨어!'라며 분노하며 보고는 했다.</div><div>그리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한 명이 이기길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난관을 헤치고 그 한 명이 두 명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나는 기쁨의 환호를 외쳤다.</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물론 프로레슬링은 각본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이다.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br></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하지만 현실에서는....</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삼삼이와 한편이 된 와이프가 내게 잡치기를 시전했고, 나는 광우병 걸린 소처럼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아빠를 본 기회를 놓치지 않는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삼삼이가 웃으며 달려와 내 배로 올라와 엉덩이로 누른다.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br></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삼삼아.. 아빠 배 누르지 마.. 똥 나와.."</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br></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원, 투, 뜨리...  오늘도 나의 패배다. 역시 하나도 버거운 데 둘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다. </span></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span> </div><div><span style="line-height: 1.5; font-size: 9pt;">출처: 오늘의 유머</span></div>																 				 <hr width="97%" SIZ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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