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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크루
2011-12-19 오후 5:49:29 Hit. 2281
때는 2007년 늦여름...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던 시기. 매달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왕복 10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며 연애를 하다가 피서철이 되었다. 우리는 평소랑 그닥 다를게없었다만 피서철이라
대부분 성수기요금을 요구하고, 평소 사람없던 한적한 손바닥만한 해변가라도 사람들이 바글
바글하고.. 암튼 그닥 맘에안드는 늦여름밤이었다. 평소랑 다를거없이 2박을 할 예정으로 숙소를 잡
는데 유난히 그날은 방이 다 찼다는 얘기로 발걸음을 옮겨야했던때다. 한곳 두곳 점점 똑같은 대답을
들을 때마다 조바심이났다. 이러다가 진짜 노숙인건가... 그렇게 해매던 도중 4번째 찾았던 업소에서
방이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브라보~!!를 부르며 하우머치를 날리는순간 이상하게도 시세(?)
와는 싼 값에 당황해하며 룸키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생각외의 염가에 놀란 우리는 말바뀌
기전에 후다닥 입실한 후 씻는둥 마는둥하며 '기적이다.'신이 우릴 버리지않았다.' 하며 잽싸게 우리
방으로 찜했다. 그때까진 참 좋았다. 노숙을 할 상황인데도 방을 구했다는것과 정말 좋은 곳인데도 헐
값에 들어왔다는거.. 두가지만으로도 우린 정말 횡재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간단히 씻은 후 내일
을 위해 바로 깊은 잠을 들었을 무렵..
여친이 뒤척이는걸 느끼면서 나도 깼다. 화장실을 갈려는가보다 하고 다시 잠에 들려고하는데 잠꼬대
비스무리하게 외치더라..
" 오빠.. 욕실문이 안열려.. "
나역시 비몽사몽 잠결인지라 '문이 좀 낡아서그런거겠지,,' 하고 일어나서 욕실문으로 갔다. 그리곤
문고리를 잡고 살짝 당겨보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 순간 잠이 확 깨더라. 글로써 어떻게 그당시의
느낌을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음., 문은 손잡이를 반쯤 돌리고 내쪽으로 당겨야 열리는 문인데 손잡
이는 돌아갔다 그치만 당겨지질 않았다. 마치 안에서 누군가가 손잡이를 잡고 체중을 실어서 매달린
상태로 당기고있는 느낌? 살짝 당겨지긴 하였으나 그건 느낌뿐이고 묵직한 체중이 느껴지면서 문은
열리지않았다. 불과 몇초만의 일이었지만 그순간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발끝부터 얼굴까
지 얼어붙는듯한 느낌... 그치만 나보다 수백만배는 더 겁이많은 녀석이 옆에있는상황인데 내가 그상
황의 심정을 표현해버리면 100% 기절하거나 뛰쳐나가거나 둘중하나임이 분명했기에 내표정을 읽기
엔 너무 주위가 어둡다는거 하나에 안도하고 다시한번 문고리를 잡고 침을 꿀꺽 삼키며 마음속으로
하나둘셋을 외치면서 힘껏 당겼다. 뭐 ' 누군가가 문고리에 매달려서 튀어나오겠지' 하며 말이다.
그러나 전혀 아무일도 없었다. 문은 내가 준 힘만큼 순식간에 활짝 열리고 욕실은 깨끗했다. 오히려
그녀석은 "그냥열면되지 왜 오바해?" 하는 표정이고.. 이미 급한상태인지 문열리자마자 잽싸게 들어
가는 애를 멈추고 내가 먼저 들어갔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기때문에.. 슬쩍 둘러봐도 이상한건 하나
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세면대에 방금전까지 물이 가득차있었던것만큼 주위에 물방울의 흔
적과 더불어 흠뻑 젖어있었다. 마치 몇분전까지 누군가가 머리를 감은듯하게말이다.
장거리연애를 오래한 터라 숙박업소를 주기적으로 자주 다녔었고 예전부터 항상 입실후엔 침대씨트
를 확인하고 바로 욕실과 화장실을 확인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그날역시도 분명 오자마자 욕실을 확
인했다. 간단한 세수와 양치는 침대옆에있는 작은 세면대에서 했었고...
내가 이후에 잠들었고 아무도 욕실을 쓴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불과 1분전쯤 화장실문 손잡이넘어로
느껴졌던 그일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인지라 뭐 그럴수도 있지가 안되는 되게 찜찜한상태..
볼일을 다 보고나온 녀석은 뭔일있었나싶을정도로 바로 잠들어버렸고 나역시 내일 데이트일정이 있
었기에 계속 그일에 매어있을수가 없어서 생각을 접고 잠이들었다.
뭐 그냥 이렇게 지나갔으면 이렇게 여러편으로 나눠서 글을 남길리가 없겠지.
날이밝고 휴대폰알람에 눈을 뜨고 안일어나는 녀석을 반강제로 깨우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후... 아직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끔찍한것을 보고야 말았다
남자인지라 항상 퇴실준비는 내가 빨랐다. 화장을 하는것도아니고 머리가길어서 말리는데 오래걸리
는것도 아니니.. 암튼 먼저 잽싸게 씻고나와서 대충 찍어바르고 줏어입고 퇴실준비 완료한상태..
여친은 화장대앞에서 콤팩트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난 뒤에서 녀석의 머리를 말려주고있었다.
" 오늘 날씨 되게더울거같은데 계획좀 줄이고 저녁때 놀까? "
" 안되 1분이 1시간같아. 서울서 왕복10시간임. 계획변경은 없ㅋ엉ㅋ 양보못함 즐 "
뭐 그저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녀석은 변장에 열중이고 난 무쟈게 숱이 많던 녀석의 머리를 말려주다
가 갑자기 드라이기가 과열되서 전원이 차단되길래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모텔 화장대의 거울을 무심
코 보았다. 거울 정면엔 퀸싸이즈의 침대가 보였다. 아니 보여야 했다. 거울에 비춰진것은 아직도 생
각하면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말도 안되는게 보였다.
새하얀 침대씨트위에 까만 단발머리에 짙은회색의 터틀넥을 입은 여자가 거울의 정면 가득채워진 채
날 응시하고 있었다. 놀래도 적당히 놀래야 주저앉거나 소리를 지르지 그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그대
로 온몸이 마비가 되는걸 알지모르겠다. 그 여자의 시선과 마주친채로 고개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경직이 되었고 할수있는거라곤 눈을 감는게 유일했다. 사랑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거같다. 그순간에도
소릴 지르거나 뭔가 돌발행동을 취하면 변장중인 이녀석은 그대로 기절해버릴거같은 생각이 드는순
간 미동도 하지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갑자기 드라이기를 멈추고 대화가 끊기자 손거울만 보면서 녀석이 한마디한다.
"모야 왜 대답이없어? 닭갈비 저녁에먹어? 아님 점심에먹구 저녁 술한잔해? 응? 응? "
그소리에 정신이 들어 실눈을 살짝 조심스래 떴다.
십알 ㅡㅡ
그여자는 그대로 있었다.
Lv.8 / 중사 . 세이크루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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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09:34:46
오.. 다음 편을 어서 클릭해야겠군요!
·댓글
석양무사
추천
2011-12-21 22:23:56
오옷!! 분위기 좋은데요 ^^
보통 유령은 거울에 보이지 않는다는뎁.
이건 얼마전 영화처럼 거울에 보이는 유령이네요 ^^
·댓글
얼터브릿지
추천
2011-12-25 21:25:02
모텔이라 뭔가 화끈한 내용이 있을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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